불면증 / 정영문

“너는 지금 거기 있는 거니? 네가 느껴지지 않아. 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?”
“…….”
“…….”
“자리에 앉았어. 비스듬히.”
“나는 누워 있어. 벽 쪽을 향해 눈을 뜨고 있지만 그 시선이 가리키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모르는 상태로 시선을 두고, 익숙하게도.”
“…….”
“어쩌면 내 안에…… 내 안에서, 이렇게 힘없이 내게 기대고 있는 게 나인지도 모르겠어.”
“…….”
“…….”
“이렇게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으면, 아주 높은 곳에, 긴 끈에 매달려 있는 그네에 몸을 싣고 있는 것 같아. 아주 조금씩 흔들리며, 그런데 그 그네가 묶여 있는 밧줄이 조금씩 풀리고 있어. 나는 온 힘을 다해 아래로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어.”
“…….”
“한없이 퍼져나가는 이 무기력…….”
“…….”
“지금 내 살갗에 돋은 땀방울이 오히려 나보다는 더 기력이 있어보여.”
“…….”
“좀더 더웠으면 좋겠어. 아침이 되어서도 식지 않는 이 더위가 너무 차게 느껴져.”
“…….”
“…….”
“네 어머니는 좀 어때?”
“여전히, 그대로 죽어가고 있어, 아주 느린 속도로. 자신도 힘이 들 거야. 옆에서 보는 사람 또한 힘들 정도니까. 네 부모님은?”
“여행을 떠났어. 아마 지금쯤 야자수 그늘 아래서 쉬고 있을 거야.”
“그들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을 거야. 그 나이에 이르도록 살았으니까.”
“그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. 내가 멀리했다기보다도, 조금씩 저절로 내게서 멀어져간 존재들이 있는 것 같아. 가족 또한 그래. 끝내는 완전히 말라버려 더이상 눈에 띄지 않는 습기처럼.”
“…….”
“아프리카에 가고 싶어. 사파리 여행을 한 후, 초원 위에 누워 선잠이 든 상태에서 맹수들의 사냥감이 되어 죽고 싶어. 그런 죽음이라면 용인할 수 있을 것 같아. 가슴 벅찬 느낌일 것 같아. 차례를 기다린 하이에나와 독수리 들에 의해 남김없이 없어지는 거야. 실제로 그런 일은 없겠지? 하지만 내 의식 속에서 그와 같은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지.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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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영문, 『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』, 「불면증」, 문학동네, 2001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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